봄의소리
봄은 되었건만 요즘 들어 전국적으로 눈이 내리고 봄속에 겨울이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계절을 벗어난 이 눈이 그치고 나면 도회지 인접 산이나 들에도 연한 푸르름이 사람들의 눈을 봄 한가운데로 인도 할 것이라고 위안을 해본다.
봄이 오면 나는 삭막한 도회지에서도 어릴적 봄을 맡으려 한다.
들녘 작은 실개천 버들가지에 물이 오르고 진달래 철쭉, 개나리가 주위를 덮을 때
꽃향기에 취해 오솔길 따라 숲을 헤치면,
퐁퐁 솟는 샘물로 목을 축이고,
어느덧 손엔 봄꽃이 가득했었다.
들풀로 꽃을 엮어 목에 걸면 봄은 내 몸으로 녹아 내렸고
쑥 냄새 진동하는 뚝을 지나 이끼 가득한 바위에 누워 버들피리 불면 내 꿈은 죽순처럼 커져갔었다.
그렇게 자연을 동경하고 순수하게 자랐던 소년이 지금은 인간인지 괴물인지 모르는 어정쩡한 모습으로
어릴적 푸르름과 봄향기에 취했던 맑은 공기대신 코끝이 거뭇한 매연을 맡으며 어디서 머물고 오지 않는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밤이면 눈망울 가득 쏟아졌던 밤하늘 별 대신
찬란하게 돌아가는 네온의 불빛과 쇼윈도에 진열된 명품들에 취하고 마음속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늘 고슴도치처럼 털을 세우고 자기를 방어하고 있었다.
또한 거주하는 실내는 검은 썬팅지로 짙게 바르고 안을 볼 수 있는 창문 역시 모두 닫아 버렸다.
강렬한 햇볕에도 어둠만 두드러지는 검은 썬그라스에 상업적인 쓰레기로 뒷골목은 음산한 빛을 발하고 술 취해 휘청거리는 주정뱅이의 주절거림이 콘크리트 벽에 부딪치고 깨져 쓰레기 위에 쌓이는 도회지,
우린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의 따뜻한 가슴이 사라지고 콘크리트로 도배된 도회지 속에서 봄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산성으로 변한 봄비,
말라버린 냇가,
푸르름이 없는 산과 들,
그런 토지에 봄이 존재한단 말인가?
이젠 어릴적 봄이 그립다.
봄을 찾을 수만 있다면
공해로 가득찬 봄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어린아이처럼 가릴 것 없이 훌훌 벗어버리고
고향을 찾아 떠나고 싶다.
내 영혼과 육신이 건강하게 자랐던 그 고향의 봄을 찾아 떠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