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물매화가 피고 단풍이 물드는 주암계곡
몇날 몇일을 벼루다가 재약산정으로 비박을 나섭니다 ,,,칠흙같은 어둠길에 산장에 간다고 전화했더니 샘물산장 정사장님 차 가지고 마
중나오겠다는 것을 만류하고 주암계곡에서 금덕암길로 산행길에 나섭니다
마을어귀....개짓는 소리는 밤새 찾아드는 이방인을 경계스러워 하는 충직한 동물의 주인사랑이라 생각하며 이내 숲길로 들어섭니다.
하늘은 온통 먹빛 하늘 초롱초롱한 별빛도 없습니다...어둠속에 한줄기 바람이 일면 우두뚝 떨어지는 토토리 소리가 밤의 정적을 울립니
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인 데도 기다리고 계시는 정사장이 반갑게 맞이합니다..술상에는 도토리묵 한 접시와 오가피술 한병이 놓여있습니
다..준비해간 삼겹살 구이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가를 나누다 보니 밤은 이슥해지고 찬이슬이 내릴무렵 산장 바닦에 잠자리를 폅니다..
어둠의 밤이 지나가기를...
아침의 세상은 모든게 변해있습니다 ...찌푸린 하늘빛 하며 불어오는 바람이 심상치 않습니다 안개는 산정을 덮어버린지 오래이지만
가야할길이 있기에 재약산정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겨봅니다..산부추와 쑥부쟁이가 피어서 곱기만 하고 지천에 구절초가 한창입니다
성질급한 단풍은 벌써 빨간 옷으로 갈아입은채 가을로 향해 내 닿습니다...가을산이 아름답기 그지 없어보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남명리 마을이 궁금하여 찾았지만 비와 바람 안개가 앞을 막아 보이지 않습니다 ..마루금은 조금씩 변해가는 잎새들이
절정의 가을로 향해 뛰어가고 있지요
햇살 잔잔히 빛이 난다면 재약산의 억새빛이 더욱 빛이 날텐데 오늘의 억새는 풀이 죽어있습니다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도 둔해보입니다
빗물을 가득 머금어서 그러한가봅니다
바위틈의 구절초는 언제봐도 청초함이 묻어나기에 곱습니다 순백의 빛이 밝음과 고상함의 꽃 말을 대변하듯이 그 가을 향기에 빠져
들어봅니다
산정은 잠시도 머물러 있지 못합니다 겨울이 아니라도 바람의 위력에 떠 밀려 산아래로 발길을 옮깁니다 사자바위도 연무에 쌓여있습
니다
야생화의 천국이라해도 결코 서운해 하지 않을 만큼의 꽃들이 피어 눈은 즐겁기만 하지요 ..빛깔 고운 쑥부쟁이와 억새숲에 우뚝서있는
수리취 노란 물감으로 옷을 입은 마타리꽃 그리고 부끄러운듯 서있는 산비장이가 곱기만 합니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산길을 걷는다는것은 어쩌면 참 행운아라 생각이 듭니다 사색의 공간과 마주한 날들을 영원이 잊지말자
찰랑거림이 둔하지만 묵묵히 가슴기대어 머물러있습니다 수많은 날들을 그렇게 서있어야 한다지요
떠나고 머무는 자들의 쉼터 천황재의 모습입니다... 나무 테크를 설치한후 많은 산객들의 유용한 비박지로 애용되기도 하지요
한차래 쏟아부은 빗줄기에 검은 비구름은 동쪽으로 사라지고 언제나 내 가슴에 남아있는 억새꽃의 춤사위를 내리는 빗줄기에 쏟아낼
수 있다면 비내린 하늘만큼 맑은 빛으로 내게 다가오려나....
가을산에서 그대를 그리면 들꽃이 되어 웃고... 들꽃에게 내 사랑을 전하면 고운 향기되어 밀려오지요... 기쁜날이 많아야 행복한 날이
라면.. 이 가을날 모두 기쁜날이고 싶고.. 실바람 따라 걷는길이 고운날이라 하지요
이 계절이 다가기 전에 혼자서 사랑하다 익어버린 가슴안고 가을 산길을 걷는 재미는 걸어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바위틈의 푸른 이끼는 계절의 변회를 느끼지 못하나 봐요 늘 푸른 빛으로 살아낼 수 있기를.....
사람의 흔적조차 없는 길가에 청초한 쑥부쟁이를 만납니다.. 그리움과 기다림의 꽃말을 가졌기에 이 가을에 더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다가 서는것 같습니다
주암계곡길입니다.. 지난해 단풍향기에 취했는데 벌써부터 설익은 단풍잎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푸른 잎새들 속에서 유난히 빛이나는 그대를 난 그려봅니다.. 앙상한 가지에 초록의 움을 튀어 두번의 강을 건너 울긋불굿 곱게물든
단풍의 고운물이 내 마음에도 고스란히 묻어오지요
멀리 보이는 심종태 바위 부근에도 한창 고운옷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가을은 가까이 머물고 이 아름다운 계절이 천천히 흘러가기를
기원해 봅니다
산정에서 벗어날수록 날씨가 좋아지는듯 보여 집니다.. 간간히 햇살도 보이는데... 오후에는 가을비가 내린다고 하지요
당신을 만난지 벌써 강산이 세번이나 바뀌어 지나갔네요.. 맨질거리던 이마는 주름이 생기고.. 까맣던 머리는 흰머리로 변하여도 가을
사랑는 끝나지 않나 봅니다
곱디고운 피부에서 세월이 흘러 이 가을 나는 당신의 깊은 강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올려다본 봉우리는 빛깔고운 모습으로 천천히 우리곁에 다가섭니다 .. 한걸음 더 가까이 머룰려고 하는것 보니 가을인것 같습니다
붉은 단풍잎에는 무슨 향기가 날까.. 코끝을 자극하는 아사한 내음이 단풍의 내음일까 바라보는 마음도 붉은빛입니다
바위틈새 담쟁이도 고운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오가는 길손들을 향한 사랑의 옷으로 말이예요
머잖아 붉은 빛으로 물들인 산들이 가까이 다가 오겠지요... 언제나 그렇게 보고 싶으면 달려가고 안기고 싶으면 안길 수 있는 넉넉한
산들이 있기에 오늘도 그리움 가득 산을 찾는지도 모릅니다
시원스레 떨어지는 물줄기는 언제봐도 아름답지요 사계절 한곳으로만 향하는 계곡수의 집념이 대단해 보입니다
맑은 물가 고운 단풍 잎새로 가득 메울날이 멀지않아 보입니다...그 날을 기다리며 또 한번 주암계곡의 사랑에 빠진 날들이...이 고운
가을이 저물기전에 다시한번 찾아야 할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