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을 물든 텃밭...
예뜨락,파랑새
2009. 4. 2. 15:43
★…노을 물든 텃밭| 시인/ 心 湖
무겁게만 보이던 잿빛의 하늘
머리에 이고지고 나선지 한 시간
중학교 앞 버스 정류장
읍내 가는 차편을 기다리다 스르르 잠이 든 村婦
멀리 북곡마을 신작로에서 뽀얀 먼지가 인다
버스가 도착하기도 전에 짐보따리 생각에
마음이 앞서서 가려 한다
차장 손에 쥐여 주려던 땀이밴 이브 껌 한 통
오늘도 쉬이 태워 주어야 할 텐데,
창가로 스쳐가는 가로수풀 사이로
세월의 얼굴은 한 꺼풀 비켜 지나간다
오늘 가지고 가는 단감 한 보따리 부추 석단
단호박 세 덩어리 풋고추, 한 보따리
스쳐가는 산속 풍경에 마음은 앞서서 가고 있었다
메케한 연기 사이로 로터리가 보인다
농협 은행 앞 내 자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흐릿한 석양이 마지막 트림을 하던 시간
지나가던 걸음을 목청껏 잡으려 한다
정구지 사이소! 단 호박 아주 달달 합니더!!
풋고추 한 소쿠리 싸게 사 가이소,
주위가 어둑해질 무렵
쪼그려 앉은 무릎이 천근이 돼서야
비로소 비어 있는 소쿠리도 예쁘게 보인다
차비 빼고 다리 품이나 벌었나
흐릿한 나머지 해와 먼저 뜬 달이 떠있을 하늘을 바라보다
먼지 뽀얀 엉덩이 두드리며 허리 한번 펴 본다
내일은 칠일 장날, 텃밭에 뿌릴 모종 씨앗도 사야 하고
십칠일 제사상에 올릴 민어도 몇 마리 사야 한다
늙은 村婦의 마음은 어느덧 읍내 가는 첫차를 그리고 있었다.